밥도둑 영광굴비

김윤권(지역주민 수필가)l승인2020.08.18l수정2020.08.18 12:5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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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더위에 맞서느라 지칠 대로 지치고
코로나 사태로 몸이 피곤해 질대로 피로해졌다.
입맛이 없어 무엇으로 돋을까 고민이 많다.
이럴 때 양질의단백질과 비타민으로 피폐한 몸을
원상복귀 하는데 굴비가 으뜸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.
나 소년 때 굴비살 찢은 것과 열무김치 한 보시기
그리고 찬밥 한 공기, 맹물 한 그릇 소반(小盤)받아
마루 끝에서 밥 먹던 생각이 난다.

산란을 위해 영광 법성포 칠산 앞바다를
지나는 참조기를 말린 것이 영광굴비이다.
고려 17대 인종 때, 난을 일으킨 이자겸이
정주(지금의 법성포)로 귀양을 왔다가
해풍에 말린 조기를 먹어보고 그 맛이 뛰어나
임금에게 진상하였다 한다.
그는 말린 조기를 보내며 자신의 뜻을
'굽히지(屈) 않겠다(非)'는 의미의 '굴비'라는
이름을 붙였다.
이때부터 영광굴비는 수라상에 올라가기
시작하였다.

아무래도 굴비의 참맛은 맹물에 밥을 말은
다음 그 위에 굴비 살을 얹어 먹는 것이다.
굴비가 짭쪼름해서 그냥 밥에 얹어 먹어도 좋다.
굴비하면 밥도둑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
아니다.
봄이면 마포나루에 온 조기를 구르마 행상(行商)이
팔러 다녔다. 그 때 집집마다 접으로 들여놓았다.
하나엔 하나, 둘엔 둘 세는 행상의 노랫소리가
구성지다. 덤을 달라면 3~4마리 아무 말 없이
던져주었다. 두둑한 인심이 엿보인다.
조기를 소금에 절여 채반에 넣어 장독대에 두고나
새끼줄에 매달아 담장에 널어놓고 햇볕에 말려
굴비를 장만 했다. 조기를 절이고 말리는 일이
봄철 행사였었다.

맹물에 밥 말아 마른굴비 살 찢어 얹어먹던
옛 추억이 아련하다.
물에 먹으면 비린내 날것 갔지만 전혀 아니다.
적당히 찢어 놓은 굴비 살에 참기름 한 방울
떨어드려 그 고소한 맛이란! 그 담백한 맛이란!
마치 꿀맛 같다. 보약이다.
무더위에 지친 무기력을 한 방에 날려버릴 것이다.

요즈음 좀처럼 먹기 힘들다.
조기가 전처럼 많이 잡히지도 않지만
그 놈의 냉동 창고업자들이 수급을 조절한다며
값을 엄청 높여놓았기 때문이다.
명절 때 보기 좋은 굴비 한 두름에 100~200만원
호가(呼價)하니 서민들 근접할 수 있겠는가.

그나저나 나의 굴비 찬양론도 생각하면 헛수고
헛발질에 불과하다.
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굴비가 ‘그림의 떡’인데
그 떡을 아무리 칭찬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...
헛수고에 은근히 심기가 불편하다.
공원이나 한 바퀴 돌다 오려 한다.
그 곳의 매미 울음소리가 시끄러울 것이다.


김윤권(지역주민 수필가)  airtoday@hanmail.net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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